▶ 5일차 7월18일 일요일 브리티시오픈(The open) 참관일이다. 이날부터 남은 일정은 편도로 1시간, 1시간15분 정도의 거리이기 때문에 중대형 코치보다 에딘버러 지역 16인승 미니버스를 4일간 대절했다. 영국은 물가, 인건비, 교통비 등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경비가 배 이상 차이가 나고, 특히 기사 숙식을 포함할 경우엔 상당한 추가비용이 든다. 미니버스라 좌석이 약간 좁았지만, 편도 1시간 정도 여행 시 그다지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올드코스(Old Course)에 도착해 15분 정도 잔해만 남은 성당을 구경한 후 18번 홀 옆 게이트로 입장했다. 메인게이트에선 공항검색대를 이용해 모바일 폰, 카메라 소지여부를 철저히 검사한다. 세인트 앤드류스 링크스 트러스트(St Andrews Links Trust)는 시소유 퍼블릭 코스로 18홀 5개와 9홀과 & 1개가 있고 남쪽 해안에 2008년 7월 오픈한 캐슬코스가 있다. 올드코스가 생기고 1892년 뉴코스, 1897년 주빌리, 1913년 에덴코스 순으로 생겼으며 위치는 올드코스에서 바다 쪽으로 뉴, 더 바다 쪽으로 나간 주빌리, 육지 쪽으로 접한 에덴코스이다. 뉴코스에서 왼쪽으로, 에덴코스에서 오른쪽으로 OB가 나면 올드코스에 들어가서 한번 쳐보는 배짱을 부릴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뉴코스나 주빌리코스는 길고 남성적인 반면에 에덴코스는 짧지만 여성적이며 아기자기하다. 올드코스의 크로싱 포인트는 다른 골프장에 비해 단순하다. 9홀이 나가고 9홀이 돌아오니 중간 중간에 만들면 된다. 단, 몇 개 홀을 동시에 관전할 수 있는 명당자리는 찾기 힘들다. 대부분의 한국골퍼들은 인공미학적인 미국식 골프장 디자인에 주로 익숙해져 있어 처음 링크스코스를 대하면 별로 성에 안차고, 심지어 골프의 발상지인 올드코스마저도 별루로 보이기 마련이다. 올드코스는 수세기에 걸쳐 자연적으로 형성돼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는 골프의 역사이자 박물관이다. 누가 특별히 인공적으로 설계한 게 아니다. 영국에도 물론 글렌이글스(Gleneagles)나 웬월쓰(Wentworth) 같이 아름다운 파크랜드(Parkland)코스도 많이 있지만 시간이 흘러서야, 영국식 정통 링크스 코스에 대한 이해가 생기기 시작한다. 올드코스(Old Course)에선 12세기에 이미 골프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1553년 세인트 앤드류스(St Andrews) 주교가 골프를 공식 허가했고, 1764년 22홀에서 18홀로 정착됐다. 텔레비전 중계로는 코스가 평탄 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굴곡이 심하다. 스타터가 자신의 이름을 호명하고 1번 홀 티박스에 들어서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17번홀(가장 유명한 로드 벙커홀) 그린을 지나 로마시대에 만들어졌다는 스윌컨(Swilcan) 다리를 건너서, 18번홀 밸리오브신(valley of sin)이라 불리우는 그린에 도달하면 무어라 설명하기 힘든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그린의 퍼팅 서페이스 (putting surface)이다. 그린, 페어웨이, 엣지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어디가 그린의 시작이고 끝인지 종잡기 어렵고, 이중그린의 경우 면적이 1 에이커도 넘으니 퍼팅 시 망원경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 6일차 7월19일 월요일 아침식사 후 로얄마일 주변 관광을 시작한다. 올드타운의 오래된 건물을 따라서 아래로 내려와 카우게이트(옛날 소시장 가는 길)를 지나 1800년대 중반까지 처형장소로 쓰였다는 그라스 마켓(Grass Market)의 단두대와 그 앞의 원조 라스트 드롭(Last Drop-처형전 한 잔의 술을 마심)이라는 펍(pub)을 구경했다. 캐슬 앞에는 8월 에딘버러 군대 사열 행진(Military Tatoo)을 대비해서 임시 관람석을 만들어 놓았고, 축제기간 매일 저녁 1회 공연하는 데 표가 몇 개월 전에 매진되어 버린다. 11시 반 호텔을 떠나 미니버스로 여행 마지막 행선지인 글렌이글스 리조트로 떠난다. 글렌이글스(Gleneagles)하면 독수리가 날개를 펼친 계곡이라는 연상을 주는데 실제론 이글스가 독수리와는 상관이 없고, 교회를 의미하는 eaglais의 방언이라고 한다. 글렌은 계곡을 의미하고, 글렌필드 등 유명 위스키 이름에도 글렌이 들어간 게 많다. 글렌이글스에는 18홀 3개와 9홀 1개가 있는데, 1800년대 말 당시 골프계를 주름잡던 제임스 브레이드(James Braid)가 1891년 킹스코스(Kings course), 그 후 퀸스코스(Queens course)를 설계했고, 이후 이름처럼 남성적, 여성적인 특색의 명문코스가 됐다. 1991년 100주년 기념으로 잭니클라우스(Jack Nicklaus)가 양 코스의 장점을 살려 만든게 피지에이 센터너리 코스(PGA Centernary Course)이다. 2014년 라이더 컵(Ryder Cup) 개최지이고 2006년부터 죠니워커 클래식이 열리고 있다. 현 소유주는 디아지오그룹(Diageo Group)이라는 영국 식음료 재벌이다. 죠니워커도 소유하고 있고 우리가 잘 아는 웬만한 음료수, 술은 다 이곳 것이라고 보면 될 정도다. ▶ 7일차 7월20일 화요일 세인트 앤드류스(St Andrews)에서 남쪽 해안을 따라 15분 정도 가면, 조그마한 바닷가 마을에 위치한 킹스반 (Kingsbarns) 코스(파 71, 726야드)가 나온다. 2000년 재개장 된 골프장이지만, 골프장 기원은 무려 17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50년대엔 농장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엔 지뢰밭으로 쓰이는 등 파란만장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링크스 코스 특유의 완벽한 페어웨이를 자랑하고 북해를 배경으로 환상적인 홀들이 연이어 펼쳐진다. 시그니쳐 홀인 파3 14번 홀 그린은 무려 75야드나 되며, 마치 아름다운 북해 위에서 골프를 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곳은 다른 리조트와 달리 골프코스만 달랑 있는데도 여름 성수기엔 골퍼(특히 미국 관광객들)로 붐빈다. 1인당 그린피 ‘165파운드×4명×60’ 티타임으로 얼추 계산 해보니 하루 수입이 거의 4만 파운드(한화 약 7,200만원)나 된다. 호텔 시설 없어도 이정도니 대단하다고박에 할 수 없다. 파3인 8번 홀로 이동 중, 9번홀 티샷중인 2조를 만났는데 1조의 손님께서 홀인원을 했다는 낭보를 전한다. 이번이 7번째 참관단인데 파5에서 이글은 두어 번 나왔지만, 홀인원은 처음이다. 와우! 갑자기 머릿속으로 카피문구 하나가 스쳐간다. ‘ES Tour와 함께 하는 홀인원 골프투어’ 2년 전부터 샌앤드루스에서 서쪽으로 약 20분 떨어져 있는 더 핏인( The Peat Inn)이라는 5성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현지의 특색도 살리고 맛도 뛰어난 고급 레스토랑을 수배하던 중 관련 신문, 인터넷 평이 좋아서 선택한 곳이었는데 대만족이었다. 말쑥하게 차려입은 매니저의 환대부터 마음에 든다. 들어서니 높지 않은 천장에 나무를 받대어 놓은 모습이 오래된 돌집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 8일차 7월21일 수요일 지난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멈출 줄을 모른다. 프로샵에서 등록하고 캐디, 트롤리 모두 확인하고 7시30분 첫조로 캐디와 함께, 1번 홀을 마치고 언덕 위 2번 홀 티박스로 향하는데 뒤에서 비가 계속 와서 그린이 물에 잠겨 모든 코스를 닫는다고 한다. 체크아웃 및 정산을 하는데 리셉션에서 취소된 골프비용을 환불해줄 수 없다고 한다. 호텔예약 시 티타임 패키지 오퍼로 티타임당 300파운드를 선 지불했는데, 이 경우에는 환불해줄 수 없다는 설명이다. 매니저 불러 자초지종 설명하고 이런 저런 문제점을 지적했더니 그때서야 세일즈 메니저와 상의해서 추후 해결하자고 한다. 시간도 급하고 해서 그러자고 하고 돌아와서 정식으로 항의 이메일 보냈더니 답장이 와서 다음 주 수요일까지 답변을 주겠다고 한다. ▶ 마치며… 올해는 일곱 번째로 하는 주관하는 디 오픈 투어이고 예년 경험을 바탕으로 조심스럽게 준비했다. 광고도 거의 1년 전부터 시작했고 계약 및 해지 조건도 구체적으로 설정했으며 10~12명 선에서 3~4월경에 예약을 진행했다. 일정은 이전 고객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예산 범위에서 명문 골프장, 특급호텔 예약, 최고급 식사라는 원칙을 정했고 고객 입장에서 비용 대비 가치를 추구하다보니 여행 일정이 타이트하게 정해졌다. 8일 동안 골프 7회, 오픈참가 1회, 관광으로 이어지는 강행군이 된 것이다. 참고로 런던 출발, 스코틀랜드로 이동하는 경우에 영국 북서해안에 30분 간격으로 위치한 오픈로타에 포함된 로얄 리버풀, 로얄버크데일(Royal Birkdale), 로얄 세인트 앤 엔 리담(Royal St. Annes & Lytham) 중 한 곳에서 라운드를 하는 게 이상적이기는 한데, 비지터(visitor)가 방문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 돼있어서(주로 화, 목요일 오후) 일정을 잡기가 까다롭다. 올해 일정일 경우 티타임 예약 자체가 불가능하다. 7년 정도 진행하다 보니 주된 행선지를 샌앤드류스와 턴베리로 정하는 게 이상적이다. 매년 오픈이 열리는 위치에 맞추어서 2군데를 새로 선정하며 가는 게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여행신문 tktt@traveltimes.co.kr 발행일 2010-09-13